서울경제+ decenter

공유하기

닫기

[디센터 톺아보기]블록체인, 인간을 자유롭게 할까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완전 무결성으로 투명성 높이는 기술
부정과 비리, 비효율성 넘어 신뢰사회, 투명사회 구축 도움
데이터 투명성 높아지지만 프라이버시는 더 강화
정확한 통제와 규제로 인간의 자유도는 오히려 더 높아져
정보의 자유, 거짓으로부터 자유, 높은 효율성 기대

  • 이일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
  • 2017-12-27 15:28:33
[디센터 톺아보기]블록체인, 인간을 자유롭게 할까
이일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


‘제2의 인터넷 혁명’으로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과학자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다.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블록체인 기술이 과연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다.

성경에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이를 데이터 사이언스 관점에서 본다면 ‘진리’는 완전 무결성으로 얻어지는 ‘데이터의 투명성’을, ‘자유’는 ‘거짓으로부터의 자유’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만약 블록체인이 ‘데이터의 투명성’을 높여 ‘거짓으로부터의 자유’를 가져다 준다면 결국 인간이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한다.

인간의 역사는 안타깝게도 거짓이 많다. 성장·발전 이면에는 항상 부정과 부패가 함께 했다. 지금도 공정한 법과 규제를 만들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회계사, 세무사, 공증인, 법조인 등이 자신들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투입된 비용과 노력만큼 진실을 담보하기엔 역부족인 듯 하다.

투명성은 정치나 경제 영역뿐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척도로 인정받고 있고, 모든 국가가 ‘신용과 신뢰기반의 사회’를 지향하지만 현실 사회 곳곳에선 불투명과 부정·비리·비효율이 만연해 있다.

현대 사회는 전광석화처럼 발전하는 IT 기술을 등에 업고 ‘신뢰 사회’를 넘어 ‘투명 사회’로 진행 중이다. 신뢰 사회가 일정 기간 쌓아온 신용과 신뢰감을 근간으로 거래를 한다면, 투명 사회는 무결성의 데이터를 분석해 객관화된 신뢰도를 계산한 후 이를 기반으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투명 사회의 사례 중 하나가 ‘디지털 포렌식’이다.

요즘은 범죄사건이 발생하면 용의자의 디지털기기를 압수해 데이터를 분석한 후 이를 증거로 범죄자를 검거했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이때 사용하는 기술이 디지털 포렌식 (Digital Forensic)이다. 디지털 포렌식은 PC, 스마트폰, 태블릿, 블랙박스 등 디지털기기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범죄 단서와 증거를 찾는 과학수사 기법이다.

포렌식의 사전적 의미는 ‘법의학’이지만, 디지털 포렌식은 디지털 기기의 데이터를 분석해 범죄를 과학적으로 수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에는 기업, 회계, 법무, 의료, 금융, 보험, 교통, 소프트웨어, 컨텐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된다. 특히 디지털 포렌식 기법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데 강력한 도구로 쓰인다.

문제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디지털 포렌식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높은 장벽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선 IoT로 인해 디지털 포렌식의 범위가 너무 넓어졌고, 동시에 난이도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요즘은 시계, 안경, 장신구, 의류 등 사물에 디지털 지능을 내재화한 웨어러블 장치를 통해 심박수, 체온, 혈압, 수면상태를 비롯한 각종 신체 상태 정보를 저장한다. 또 TV, 스피커, 에어컨, 냉장고, 청소기, 도어락 등 가전제품이 사용자와 주변 환경 정보를 수집·가공·분석해 로그 정보를 저장 장치에 남긴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볼게 많아졌다.

더 큰 문제는 데이터의 무결성이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위변조 가능성은 더 높다. 디지털 포렌식의 대전제는 디지털 증거 데이터가 위변조되지 않았다는 ‘무결성’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고가의 장비로 비효율적인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포렌식 대상이 복잡하고 범위가 넓으면 비용은 올라가고 효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디지털 포렌식은 지능적 안티 디지털 포렌식 기법에 의해 무력화된다. 해커들은 자신이 접속한 흔적을 완벽히 지우거나 메모리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삭제하고, 하드웨어를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파괴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일반인도 쉽게 쓸 수 있는 값싸고 쉬운 도구와 방법도 많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IoT에 적용하면 어떨까?

과학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탑재한 지능형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즉 사물체인 (Chain of Things)이 실현되면 인간이 거짓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물체인은 사물과 사물을 연결할 때 블록체인으로 묶어 데이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기술로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데이터의 무결성’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거래할 때 마다 만들어진 블록이 쌓일수록 더 높은 신뢰가 형성된다. 한 번 형성된 블록은 소급해 변형이 불가능하다. 거래 당사자는 분리 저장된 장부를 확인하는 대신 분산 저장된 공동 장부 중 하나를 신뢰하고 거래하면 된다. 이처럼 블록체인의 고유한 데이터 무결성에서 비롯된 투명성이 더 많은 정보의 자유, 거짓으로부터의 자유, 더 높은 효율성을 가져 다 줄 수 있다.

다른 장점은 보안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는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사물과 사용자에게 공유된다. 그래서 데이터를 위변조하려면 전체 참여자의 과반수를 동시에 해킹해야 한다.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요구되고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또 네트워크 전체에 데이터가 분산, 저장되기 때문에 일부에 문제가 발생해도 전체 시스템은 안전하다.

그렇다면 혹시 사물체인이 제공하는 데이터의 투명성으로 인해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것은 아닐까?

혹자는 사물체인에 의한 투명성 강화로 통제와 규제가 쉬워지고 프라이버시 침해가 더 많아질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투명하지 않은 현재의 데이터 구조에서 프라이버시 침해가 더 많다. 디지털 포렌식을 예로 들면, 기존에는 무수히 많은 불투명한 데이터 중에 어느 데이터가 진실이며 중요한 증거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수 조사를 해야만 했고 IoT의 경우 모든 연관된 사물을 조사해야 한다. 반면 블록체인은 블록 간의 완전무결한 신뢰 관계와 시계열적이고 체계적인 구조를 사용하기 때문에 하나의 사물에서 블록 일부만 조사해도 충분하다. 여기다 다양한 정보 비식별화 기술을 사용해 데이터의 무결성과 보안성을 강화하면 프라이버시는 더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오히려 인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듯 하다.

기존의 인터넷과 사물인터넷에서는 통제와 규제가 불가능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해도 추적이 어려웠다면, 블록체인 기반의 인터넷과 사물인터넷 세상에서는 정확한 통제와 규제가 가능하다. 통제와 자유는 모순 관계에 있어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통제가 자유를 확대하기도 하고 축소하기도 한다.

인간은 혁신의 순간에 공공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블록체인 기술도 더 많은 정보의 자유, 거짓으로부터의 자유, 더 높은 효율성을 가져다 줄 것으로 확신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