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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是是非非]‘가상화폐 상장기준', 필요하다? 필요없다?

  • 조원희 변호사
  • 2018-01-10 10:07:45
[디센터 是是非非]‘가상화폐 상장기준', 필요하다? 필요없다?
조원희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가상화폐(암호화폐 또는 가상통화)를 거래소에 상장하는데 별도의 기준이 필요할까? 필요 없을까?

다른 식으로 묻는다면, 모든 가상화폐를 거래소에서 사고 팔 수 있도록 해야 할까? 아니면 검증된 몇몇 가상화폐(코인 또는 토큰)만 거래할 수 있어야 할까?

만약 검증된 몇몇 코인만 거래하게 한다면, 그 기준은 개별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만들면 될까, 아니면 모든 거래소가 공통된 기준을 만들어 적용해야 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정부가 투자자보호를 위해 직접 상장 기준을 만들어야 할까?

이에 대해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다.

현재 상황만 봐도 그렇다. 전 세계에서 발행된 가상화폐는 1,384개, 그중에서 거래소에서 사고 팔 수 있는 것은 채 200개가 안 된다.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는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4개만 상장을 허용했지만, 비트렉스는 199개를 상장시켰다. 국내 거래소도 빗썸은 12개를 상장시킨 반면, 업비트는 122개가 상장돼 있다. 일단 상장됐다가도 거래량이 적으면 상장폐지 시킨다. 68개가 상장돼 있는 플로닉스는 1년에 3번 거래량이 적은 코인을 상장폐지 시키는데 지난해 5월에 17개, 11월 3개를 상장폐지 했다.

‘가상화폐 규제’를 위해 한국 정부가 잰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해 연말 특별대책을 내놓고 ‘가상화폐 광풍’을 잠재우려고 했지만, 올 들어 거래량이 늘면서 오히려 열기가 더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목소리를 높이며 규제의 칼을 갈고 있다. 일단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을 내세워 6개 은행에 대한 합동단속을 시작했다. 실태조사를 통해 가상화폐로 흘러가는 돈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가상화폐 가상계좌 운영 과정에서 자금세탁 방지의무 등 법률을 위반했는지 살펴본 후 위반 계좌를 폐쇄하겠다는 것인데, 속내는 은행을 조사해 불법을 찾아내면 경찰과 검찰을 동원해 직접 거래소 조사에 나서겠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검토 중인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 방안 중 하나는 가상화폐 상장기준에 관한 것이다. 크게는 “무분별한 ICO(신규 코인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를 막기 위해선 엄격한 상장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가치가 없는 가상화폐는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에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면 된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상장요건이 명확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기업규모, 주식수, 주식의 분산 요건, 매출액, 영업이익, 시가총액 등 경영성과와 기업의 안정성, 건전성 등 여러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기업들은 상장을 위해 2~3년 준비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상장 여부를 결정한다.

반면 가상화폐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 그래서 거래소별로 거래되는 코인도 천차만별이다. 미국도 거래소별로 4개에서 199개까지 다 다르고, 우리나라도 거래소별로 12개에서 122개까지 다양하다. 어떻게 보면 주식시장에서 우량주 투자자와 저가주 투자자가 존재하는 것처럼, 가상화폐 거래소에도 비트코인 투자자와 이제 막 발행된 알트코인 투자자자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투자자 성향과 각자 기준에 따라 상장 코인을 결정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거래소별 상장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문제다. 기준을 공개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공개를 한 곳도 추상적 요건을 나열한 경우가 많다. 가령 코인베이스도 블록체인 기술·법적 또는 정책적 문제점, 시장에서의 유동성이나 전체 거래량, 시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명시했다. 애매할 뿐이다.

국내에선 코인원이 상장 기준을 제시해 놨다. 비즈니스(프로젝트 진행 가능성, 팀 구성, 시장 적합도, 토큰 세일진행 등), 인지도(관련 커뮤니티에서의 인지도 및 평판), 기술(알고리즘, 프로토콜의 적합성, 보안성), 시장(시가 총액, 거래량 등) 등인데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가상화폐를 미국 거래소에 상장하겠다며 “한국에서 거래하는데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곤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규제 상황, 국내 법을 기준으로 해선 의견서를 써주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한국이 아닌 규제의 기준이 명확한 국가 또는 규제의 수준이 높지 않은 국가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얼마간은 국내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매우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은 ‘세금’, 은행이나 거래소는 ‘강력한 규제’라는 투트랙 정책을 통해 옥죌 듯 하다.

필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규제를 할 때 자율성을 지나치게 뺏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양한 기술과 가치를 가진 가상화폐가 발행되고 유통될 수 있는 통로가 원천봉쇄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편으로는 투기 광풍을 잡겠다고 나선 정부의 규제 폭탄이 못내 안쓰럽다. ‘오죽하면 그렇겠나’ 싶기도 하고, ‘이번에 가상화폐 시장의 질서가 잡히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가상화폐 규제를 준비 중인 정부 관료들이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지, 현재 어떤 가상화폐들이 준비 중인지,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기업들의 전략이 어떤지 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규제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정부의 반복되는 규제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를 보인다. 만약 정부의 정책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부의 강력한 규제정책 덕분에 가격이 폭등세를 멈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는 안 보인다.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 안목이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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