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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가상화폐 거래소 점검결과] 투자자 돈 받아 임원 계좌에…횡령·자금세탁 위험 노출

고객돈으로 시세조종 정황도
마약대금 국내유입 통로 악용
자금 관리 동네마트보다 못해
사고나도 피해구제 방법 없어
관리 부담 떠안은 은행 '부글'

  • 서일범 기자
  • 2018-01-23 17:27:31
[당국, 가상화폐 거래소 점검결과] 투자자 돈 받아 임원 계좌에…횡령·자금세탁 위험 노출


금융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실시한 가상화폐 거래소 현장점검 결과 거래소들의 허술한 자금 관리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상화폐 시장이 급성장하며 거래소들의 외형은 커졌지만 내부 자금 관리 수준은 동네 구멍가게 수준에 지나지 않아 향후 시장이 흔들릴 경우 대규모 횡령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금융 당국의 인식이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마약 대금 반입 정황도 포착돼 자금세탁 등 범죄 악용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3일 “거래소들의 의심 거래에 대해 빠른 시일 내 정보를 취합해 검찰이나 국세청으로 보낸 뒤 신속히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특히 거래소들이 고객 자금을 모으기 위해 사용한 법인 계좌가 향후 각종 폐해의 온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 계좌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는 대다수 중소형 거래소들은 자사 법인 계좌나 임원 명의 계좌를 통해 투자 자금을 관리해와 자금 안정성은 물론 횡령,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A 거래소는 이용자들이 송금한 자금 중 42억원을 대표자의 개인 명의 계좌로 옮겨놓았다. 또 다른 사내이사 명의 계좌로도 33억원이 흘러들어갔다. 이 거래소는 여러 은행의 법인계좌들에 모인 고객 자금을 한 법인계좌로 모은 뒤 일부 자금을 거래소 관계자들에게 보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식으로 운영돼왔다.

거래소가 고객 자금을 활용해 가상화폐에 재투자한 정황도 파악됐다. B 거래소는 사내이사 명의 계좌로 586억원을 집중시킨 뒤 3개 은행 계좌로 다시 자금을 나눠 보냈는데 이 자금은 또 다른 거래소 C사의 은행 계좌로 분산 이체됐다. 금융위는 “거래소 법인계좌에서 거액 자금을 인출한 뒤 타 거래소로 송금한 경우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마약 대금 등 불법 자금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국내로 반입돼 조세 포탈 및 관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에서 단기간에 수십억원의 자금이 특정 개인이나 법인의 계좌로 이체된 뒤 현금으로 인출됐다. 금융 당국은 이번 현장점검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사법 당국에 통보했다.

가상화폐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가상화폐 거래소도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개인이 다수의 일반인들로부터 이체 받은 자금을 가상통화 거래소에 송금한 후 다시 특정 개인이 거래소로부터 자금을 이체 받아 다수의 일반인들에게 송금하는 구조다. 가상화폐를 채굴한다며 일반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한 사례도 확인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채굴기 판매업체로 가장하고 투자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기망해 자금을 편취하는 사기, 다단계 판매 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거래소들의 ‘엉터리’ 자금 관리를 막기 위해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신설해 오는 30일부터 시행하는 한편 금융정보분석원(FIU) 내부에 상시점검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앞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의 안전 거래를 위해 고객의 신원사항을 확인하는 등 강화된 고객확인(EDD)을 준수해야 한다. 법인계좌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래소에 대한 정보공개시스템도 은행연합회를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또 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발급 받아 이를 거래소에 재판매하는 행위도 금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소한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는 퇴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애초에 금융 당국이 가상화폐를 화폐도 아니고 금융상품도 아니라고 봐서 거래소 난립을 방치했다”면서 “앞으로 건전한 거래소만 영업하는 투자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투자금을 빼돌린 정황이 확인됐는데 “은행이 알아서 관리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서일범·김기혁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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