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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으로 밥 먹을 수 있나...'빗썸캐시' 실제 이용해 보니

별도 전송 수수료 없어...출금수수료 1,000원 만 지불하면 원화로 입금 가능
신용카드 대비 수수료 부담 없어, 소상공인들 '환영'
바쁜 시간 손님이 애플리케이션 직접 결제해 간편...인건비 절감도 가능할까

  • 원재연 기자
  • 2018-04-04 16:42:11
지난해부터 시작된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잠잠해지고 있다. 이제는 투기보다 실생활 활용을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결제가 가능한 카드를 내놓기도 하는 등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지만 직접 써 보았다는 사람은 드물다. 암호화폐는 실물과 교환이 가능할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의문을 해소하고자 지난달 29일 ‘빗썸캐시’를 실제로 이용해 보았다.

비트코인으로 밥 먹을 수 있나...'빗썸캐시' 실제 이용해 보니
역삼역 인근에 위치한 가맹점. 문에 ‘빗썸캐시’사용처임을 알리는 표지가 붙어있다.

출발 전 먼저 빗썸캐시를 충전했다. ‘빗썸캐시’는 빗썸 계정에 보유 중인 암호화폐와 원화를 합쳐 원화를 기준으로 환산한 디지털화폐다. 빗썸 애플리케이션에서 상대방의 (빗썸 거래소)지갑 QR코드를 스캔하거나 주소를 입력해 주고받을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거래소 지갑에 원화를 입금하니 ‘빗썸캐시’가 생성됐다. 결제에 사용하기 위해 빗썸에서 거래를 제공하는 암호화폐 중 비트코인을 조금 구입했다.

서울 역삼역 인근부터 ‘빗썸캐시’를 도입하는 가맹점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근처 골목을 찾았다. 암호화폐에 익숙한 직장인 밀집 지역부터 확산되는 모양새다. 먼저 문 앞에 ‘비트코인 사용 가능 회원점’ 이라고 표지가 붙은 커피숍을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커피 한잔을 주문한 뒤 계산대 위 팻말의 QR코드를 스캔하고 금액을 입력했다. 곧바로 기자의 지갑에서 점주의 지갑으로 ‘빗썸캐시’가 전송되고 해당 금액만큼이 빠져나갔다. 그런데 거래 내역을 살펴보니, 아뿔싸! 암호화폐가 아닌 원화가 결제금액만큼 빠져나갔다. 빗썸캐시는 원화와 암호화폐가 통합돼 있어 어떤 암호화폐를 이용해 결제할 수 있는지는 선택할 수 없는 모양이다. 암호화폐 결제를 체험하기 위해 왔기 때문에 남은 원화로 몽땅 이오스와 아이콘을 구입했다. 이번에는 레모네이드 한잔을 더 주문하고 다시 결제해 보았다. 전송을 누르고 약 10초 뒤 점주의 휴대폰에도 입금되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앱으로 확인해 보니 이번에는 구매한 3가지 종류의 암호화폐 가운데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됐다.

뒤늦게야 안 사실이지만 이용자는 원화와 암호화폐 등으로 혼합돼 있는 빗썸캐시 가운데 어느 쪽을 사용할지 사전에 지정할 수 있었다. 만약 지정하지 않으면 보유량이 많은 자산 순서부터 빠져나간다는 것이 빗썸 측의 설명이다. 진작 알았다면 레모네이드 한잔을 더 시키지 않아도 됐을텐데…

비트코인으로 밥 먹을 수 있나...'빗썸캐시' 실제 이용해 보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팻말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점주의 빗썸 암호화폐 지갑 주소가 뜬다. 전송을 누르면 곧바로 ‘빗썸캐시’송금내역을 알리는 문자가 도착한다.

별도의 결제 수수료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이는 점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커피숍 점주 이모씨(30)는 빗썸캐시에 대해 “나중에 실제 현금으로 출금할 때 1,000원의 출금 수수료만 지불하면 금액에 상관없이 입금된 빗썸캐시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신용카드 결제를 사용할 경우 일반 음식점은 카드사와 업종, 규모 등에 따라 결제금액의 2~4%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발생해 평소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며 “빗썸캐시는 1,000원의 출금 수수료 외에는 별도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아 소상공인에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빗썸 측은 이같은 수수료 정책과 관련 “애초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해 만든 서비스는 아니다”라며 “암호화폐를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반 환경을 제공하고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는 취지이기 때문에 출금 수수료 외에 별도 수수료는 책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주들은 빗썸캐시를 받을 때 원화와 암호화폐 중 어느 쪽과 연동해 받을 지 가맹 시점에 선택해 놓을 수 있다. 원화로 연동해 두면 손님이 결제시 전송한 빗썸캐시의 양이 출금때까지 변하지 않고, 암호화폐에 연동해 두면 해당 암호화폐의 가치 변동 만큼 출금시에 빗썸캐시의 양이 늘거나 줄 수 있다. 빗썸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를 원하기 때문에 원화와 연동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커피숍 점주 이씨 역시 “원화로 받고 있다”며 “다만 아직 거래소에 법인계좌를 등록할 수 없어 거래소의 개인 암호화폐 지갑으로 입금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수료 외에도 결제가 간편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고깃집 사장 김모씨(27)는 “손님들이 밀려드는 저녁 시간에는 바쁜 와중에 일일이 계산을 하는 것도 일”이라 말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그는 “그렇다고 포스기 앞에(사람을) 세워두기에는 인건비가 부담된다”며 “바쁜 시간에 손님이 QR코드를 이용해 직접 결제하고 결과를 바로 문자로 확인할 수 있으니 편하다”고 했다.

비트코인으로 밥 먹을 수 있나...'빗썸캐시' 실제 이용해 보니
‘빗썸캐시’로 2.235이오스를 지불하고 구입한 고기. 차돌박이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 방식을 사용한 지 일주일 남짓 된 이곳은 아직은 하루에 한 명 정도가 ‘빗썸캐시’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늘 점심에 다녀간 손님은 전송을 누르고 1초도 안돼 바로 입금되었다는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평수가 넓지 않은 공간에서 한정된 인력으로 가게를 운영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은 소비자가 직접 결제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암호화폐 전문가들 중에는 이같이 암호화폐를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비트코인 예수로 불리는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대표는 지난 3일 열린 분산경제포럼에서 “비트코인은 누구나 언제든지 간편하게 거래 가능해 각종 계약 등 경제 활동에 자유도를 높인다”며 “디지털 화폐는 기존 금융기관 하나밖에 없던 선택지에서 새로운 옵션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로저 버의 말처럼 암호화폐 결제 방식이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 현재 강남에서 빗썸캐쉬를 쓸 수 있는 곳은 15곳이지만, 곧 30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빗썸 외에 지난 1월 시작한 이더리움 결제 애플리케이션 코인덕을 쓸 수 있는 곳도 세 달 여 만에 100곳을 넘어섰다.

업계는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입장이다. 암호화폐를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대다수의 소비자에게 생소하다. 게다가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가 확산될 경우 기존 지급 결제 업계의 반발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암호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결제는 결국 신용카드나 은행을 통한 송금 방식을 대체할 수 있다”며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신용카드사나 은행들이 순순히 시장을 내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재연 인턴기자 wonjaeyeo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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