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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②]'신뢰'와 '보안'을 묶은 블록체인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신뢰는 믿음이 기반
IT정보보안 3요소는 기밀성·무결성·가용성
블록체인 키워드는 '보안'과 '탈중앙화'
강력한 보안으로 개별간 거래 '신뢰' 높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새로운 차원의 '차세대 신뢰기반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 2018-05-08 10:18:23
[디센터 소품블②]'신뢰'와 '보안'을 묶은 블록체인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디센터 소품블②]'신뢰'와 '보안'을 묶은 블록체인

‘In God We Trust.’

이 문장은 두 곳에서 유명하다.

하나는 뜬금없지만 영화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자주 보는 영화 ‘34번가의 기적’에서 극의 전개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해 주는 재판 과정에서 등장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달러 뒷면에 써 있다.

영화 ‘34번가의 기적’ 얘기를 잠깐 해보자. 이 영화는 어릴 때 누구나 절대적으로 믿는 산타클로스에 대해 ‘허구냐? 실재냐?’를 놓고 여러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재판과정의 클라이맥스를 거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따뜻한 가족 영화다. 오래된 영화이기에 스포일러의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언급해보면, 산타클로스의 존재 자체보다는 산타클로스를 믿는 마음 즉, ‘신뢰’라는 단어가 주는 속뜻과 크리스마스 선물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영화였다.

‘신뢰’하면 영화가 생각나고, ‘보안’하면 군대가 떠오른다.

필자는 ROTC 장교로 군 생활을 했다. 장교 훈련 중에 보안에 대한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날 보안에 대한 훈련과정을 복습한 후 주어진 마지막 질문은 “오늘 훈련은 몇 시에 시작했냐?”는 것이었다. 많은 훈련생이 답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얼차려를 받았다. 이유는 “보안은 없어도 없는 것이고, 있어도 없었던 것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질문을 통해 “교육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내 입 밖으로 발설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다.

IT에서도 보안은 중요하다.

IT에서 정보보안의 3대 요소는 CIA(Confidentiality·기밀성, Integrity·무결성, Availability·가용성)로 집약된다. 설명하자면 ‘허가된 사람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만 인가된 방법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한 시점에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최근 개봉한 유명한 영화에서도 이 얘기가 나온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우주를 파괴하려는 악의 무리를 막기 위해 싸우러 가는 어벤저스 중의 한 명이 “상대편에게 생포되면 자기를 꼭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상대가 비밀을 알면 우주 평화를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자기를 죽여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듯하여 이쯤에서 마무리하지만, ‘보안’의 중요성과 의미를 떠 올리게 하는 명장면이었다.

‘보안’은 블록체인의 핵심요소 중 하나다.

세계적 금융회사 골드만삭스는 블록체인을 ‘The New Technology of Trust’라고 정의했다. 키워드로 보안(Secure)과 탈중앙화(Decentralized)를 꼽았다. ‘데이터를 수집해 블록으로 정렬한 다음 암호화를 사용해 안전하게 연결하면 주고 받은 데이터에 대해 높은 신뢰를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블록체인을 ‘신뢰’라는 키워드로 표현하고, 금융이라는 시스템이 강조하는 ‘신용·신뢰’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논리적 비약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현시점에서는 분리할 수 없다”는 주장도 원천을 살펴보면 블록체인의 철학 및 사상과 맞닿아 있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기반으로 교환과 가치를 제공하는 화폐의 기능을 중앙의 통제된 시스템이 아닌 개별간 거래(P2P· Peer-To-Peer)를 통해서도 시스템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신뢰(Trust)’도 블록체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키워드다.

신뢰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기반이자, 컴퓨터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추구하는 근본이다. 왜냐하면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믿을 수 없다면, 그 혼란은 모든 것을 마비시키고 상상을 초월하는 대혼돈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 신뢰를 지키기 위해 ‘보안’이라는 요소를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다.

2010년 초반 ‘Person of interest’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었다. 9·11 사건 이후 미국 정부가 모든 국민의 디지털 데이터를 감시해 테러를 사전에 방지하는 시스템 ‘머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머신을 만든 천재 개발자 ‘해롤드 핀치’와 전직 CIA 요원인 해결사 ‘존 리스’가 범죄를 해결하는 내용이었다. 천재 개발자는 중앙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는 디지털데이터의 위변조는 손쉽게 찾아냈다. 그가 직면한 가장 큰 난제는 오프라인에 보관된 자료의 위변조였다.

만약 검증된 데이터의 블록화 연결과 분산장부로 위변조를 만든 블록체인 시스템이 구축된 사회였다면 드라마의 스토리는 달라졌을 것이다. 데이터를 위변조한다는 설정 자체가 불가능했거나, 주인공들이 엄청, 엄청, 엄청 고생을 해서 데이터를 위변조하는 초울트라 역경 드라마가 됐을 듯하다.

영화와 드라마, 군대 경험까지 들먹이며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블록체인을 새로운 시각으로 봐 줬으면 하는 것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 시스템인 화폐거래를 중앙에 통제되지 않은 개인간의 거래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블록체인 그리고 그 기반 위에 올려진 다양한 암호화폐를 새로운 차원의 ‘차세대 신뢰 기반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바라봤으면 한다.

다음 회에서는 ‘신뢰’와 ‘보안’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화폐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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