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decenter

공유하기

닫기

고객돈을 대주주 쌈짓돈으로…막나가는 P2P

[금감원 75곳 실태조사 발표]
당국 가이드라인 外 강제력 없어
규제 사각지대 틈타 통제 허술
대출잔액 1조 투자자 손실 비상

  • 김기혁 기자
  • 2018-05-27 17:15:50
고객돈을 대주주 쌈짓돈으로…막나가는 P2P

누적대출액이 2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저금리 시대에 새로운 고수익 투자 수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개인간거래(P2P) 업체가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등 고객 투자금을 허술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2P 업체와 연계된 대부 업체의 경우 P2P 업체 임직원이 대부분 겸직하고 사업장을 공유해 사실상 P2P 업체가 운영하는 ‘페이퍼컴퍼니’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P2P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주주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자금으로 악용되거나 사실상 한몸이어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P2P 업체와 연계된 대부 업체 75개사를 점검한 결과 5개사가 대주주나 관계사 등 이해 당사자에게 특혜 대출을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P2P 업체는 투자자로부터 투자자금을 모집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대출해 수익을 낸 후 다시 투자자에게 원금에 더해 일정 이자(수익)를 돌려준다. 이 때문에 P2P 업체가 투자하는 프로젝트는 부실 가능성이 없는지 꼼꼼하게 따져본 후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데 대주주라고 고객자금을 마구잡이로 빌려준 것이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P2P 업체는 대부분 건설사나 시행사 등을 대주주로 두고 있어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고객자금을 동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P2P 업체가 이처럼 투자자자금을 허술하게 운영하는데도 금융당국은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P2P 업체와 연계된 대부 업체를 조사하면서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일 뿐이지 P2P 업체의 대출 적정성 등은 관련법이 없어 금융당국이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관련법이 없어 P2P 업체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별다른 강제력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으로 P2P 업체의 대주주 현황이나 PF 사업을 진행하는 차주의 자기자본 투입비율 등을 투자자들에게 공시하도록 돼 있지만 최근 일부 건설사가 P2P 업체를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식으로 자체 사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설사가 P2P 업체를 직접 설립하면 고객들의 투자금을 대주주가 마음대로 대출할 수 있는 사금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출이 부실화하면 투자자의 원금 손실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P2P 업체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투자를 시도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P2P 업체들은 부동산 PF 대출만 집중적으로 하다 보니 최근 들어 시장 침체와 맞물려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이번에 점검한 75개사의 누적 대출액은 2조원으로 대출잔액 기준 PF 대출은 절반가량인 43%를 차지할 정도다. 부동산 PF 사업이나 부동산 등을 기반으로 대출해주다 보니 부동산 경기가 푹 꺾이면 대부분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로 PF 대출은 부동산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30일 이상 미상환된 대출 비중을 나타내는 연체율이 17.3%로 굉장히 높다. P2P 업체 관계자는 “소규모의 건축 시장을 두고 업체들이 무한 경쟁을 하다 보니 대출 부실 가능성은 감안하지 않고 몸집만 불리다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2P 업체의 영세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P2P 업체의 평균 임직원은 10.5명으로 이 가운데 대출 타당성을 따지는 심사인력은 고작 3.7명에 불과했다. 자본금은 4억1,000만원 수준에 그칠 정도로 영세하다. 또 P2P 업체와 연계된 대부 업체도 평균 임직원이 2명 이하인 곳이 50개로 점검 대상의 67%를 차지했다. P2P 업체 임직원이 대부분 겸직하고 사업장을 공유해 사실상 P2P 업체가 운영하는 페이퍼컴퍼니 수준이라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2P 업체들 가운데 헤라펀딩 등 부실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내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어 투자자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금감원 점검 대상인 75개사의 총 대출잔액은 5월 현재 9,976억원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그만큼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P2P 업계 관계자는 “연체율이 양호한 우량 업체들도 상당히 많지만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유행처럼 부동산 대출을 확대한 영세 업체들 위주로 부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업계 자정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기존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업계 자정 노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온 P2P 업체 연합단체인 한국P2P금융협회는 신현욱 회장이 취임 3개월 만에 자진 사퇴한 데다 신용대출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상위 업체인 렌딧과 8퍼센트가 줄줄이 탈퇴하면서 와해될 위기에 놓이는 등 P2P 업계 전반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