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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불변의 역설… 블록체인에 리벤지 포르노 올라가면?

홍대 누드모델, 인터넷 사진은 지웠지만 정신적고통은 여전
위변조 삭제 불가능한 블록체인에선 '잊혀질 권리' 없어
영상 블록, 이론적으로 가능 vs. 현실로는 불가능
개인정보 담긴 이미자·텍스트는 블록에 기록 가능
피해 보면 "소송은 가능하지만 파기는 불가능"
"블록체인 특성 담은 기술적·법적·정책적 해법 필요"

  • 김연지 기자
  • 2018-05-29 15:00:43
영원불변의 역설… 블록체인에 리벤지 포르노 올라가면?
논란이 커진 홍대 누드크로키 사태. /연합뉴스TV 캡쳐

지난 5월 중순 인터넷 사이트 ‘워마드’에 홍익대학교 누드모델 사진이 떡하니 게재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후 피해자가 “인터넷주소(IP)와 로그 기록 등을 지워달라”고 요청하면서 해당 글과 사진은 삭제됐다. 그러나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워마드 회원 2명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만일 본인이 원하지 않는 사진이나 이미지 또는 화장실 몰카(몰래 카메라), 리벤지 포르노 등과 같은 게시물이 누구나 열람할 수 있고 한번 기록되면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기록된다면 어떨까.

블록체인 기술이 위변조 불가, 투명한 거래, 분산기록 등이 장점으로 인정 받으면서 금융, 물류,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다른 편에선 사람들의 ‘잊혀질 권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국제적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에 영상 올라간다” vs. “기형적 정보, 채택 쉽지 않다”= 일단 블록체인에 영상을 올릴 수 있느냐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갑론을박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블록체인을 만드는 블록의 크기에는 제한이 있다. 보통 780kb 정도다. 화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여러 장의 이미지를 압축해 3초 이내로 만들면 이론적으로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판문점 선언문’처럼 텍스트는 용량이 작아 업로드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영상을 올릴 때 비용이 들어간다. 컨텐츠 크기에 따라 수수료가 결정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상 하나를 올리기 위해선 블록 전체를 차지해야 하는데, 현재 가격으로만 따져도 25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며 “또 파일을 올렸다고 무조건 블록으로 채택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더스캔에는 보류 중인 이더리움 거래 기록만 3만 건이 넘는다. 이들 중 채굴자 소프트웨어에 의해 채택되는 140건으로 하나의 블록을 만든다.

영상만 담은 블록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관련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은 “채굴자 소프트웨어에서 기형적인 트랜잭션 하나를 블록 하나에 넣겠다고 결정하는 일은 아주 드문 경우”라며 “프로그래머들은 자신들의 선택 기준(사이즈 제한 등)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공유하게 되는데, 영상도 용량 자체가 공유되기 힘들어 블록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에 영상물을 기록하고 싶어도 블록이 생성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만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당장은 현실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블록체인이 나오면 영상을 올리는 일이 불가능하지 만은 않다. 시간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소송은 가능” vs. “블록 파기는 기술적으로 불가능”= 당장 영상까지는 힘들지만, 개인정보가 담긴 이미지나 텍스트는 블록체인에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이럴 경우 피해자측의 고민은 깊어진다. 소송은 할 수 있지만, 블록은 없애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정보를 삭제하거나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블록체인에 생성된 블록은 영구히 보존되는 것이 맞고, 기술적으로도 파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나중에 리벤지 포르노 등이 블록체인에 올라가면 피해자가 소송은 할 수 있다”며 “삭제가 불가능해 게재기간이 길다는 점이 인정돼 손해배상 액수가 늘어나겠지만 궁극적으로 피해자가 원하는 ‘삭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술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도 블록체인의 특성을 담은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블록, 기술적으로 파기” vs. “모순적·비현실적 조치”=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에 기록된 블록을 파기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새로운 정보보호 규정(GDPR)을 발표하면서 “개인적인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개인식별정보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블록체인 기술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개인식별정보를 올리는 것은 GDPR 위반이 된다”며 “결국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프로젝트를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EU 발표 후에 한국도 비슷한 발언이 나왔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4월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에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정보를 파기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블록 파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은 기술적 조치를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형태로 폐기하도록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적 조치는 모순적이면서 비현실적 조치”라고 주장한다. 블록체인의 개념 자체는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공거래장부 그리고 영원히 위변조 불가한 성격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를 바꾸겠다는 것은 블록체인의 핵심인 투명성과 작동원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의 장점이 단점으로 바뀌지 않도록 기술적 측면은 물론 법적, 정책적 측면에서도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연지 인턴기자 yjk@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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