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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17]'무연료 차' 만들라는 정부…ICO '침소봉대'로 블록체인 '교각살우'

  •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 2018-08-23 08:05:18
[디센터 소품블17]'무연료 차' 만들라는 정부…ICO '침소봉대'로 블록체인 '교각살우'

[디센터 소품블17]'무연료 차' 만들라는 정부…ICO '침소봉대'로 블록체인 '교각살우'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인근 등산로 수풀에서 머리와 몸통, 하체가 토막 난 참혹한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만인 22일 용의자 변모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변씨는 지난 10일 새벽 1시 15분쯤 자신의 노래방을 찾은 손님 A씨와 노래방 도우미 교체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그러다 A씨가 “도우미 제공 건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변씨는 카운터 위에 놓여 있던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변씨가 살균 소독제로 혈흔을 지웠지만 노래방 카운터 앞쪽과 화장실에서 다량의 인혈 반응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노래방을 즐겨 찾지만 단 한 번도 끔찍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을 듯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노래방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는 현장이 됐다.

우리가 노래방이라고 부르는 노래연습장은 일본의 가라오케가 원조다.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휴식터,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음주가무를 즐기는 한민족의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발산되는 새로운 시도였다. 마이크 울렁증을 갖고 있던 많은 사람에게 큰 힘이 됐다. 노래 가사를 외우지 않아도 부담 없이, 자신 있게 노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해외로 나가서는 K-POP 문화의 전령 역할을 하면서 콘텐츠 산업 발전에 기여한 부분도 상당하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은 덕분인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5월 벤처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노래연습장 운영업’을 벤처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벤처기업 제한업종에서 풀어줬다.

이처럼 정부는 벤처기업 업종 규제까지 대폭 완화해 가면서 노래방 산업이 건전한 벤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노래방에서 ‘도우미’라는 불법과 탈법적 서비스가 버젓이 제공되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더 나아가 불법적 도우미 문제로 인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노래방에서 토막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까지 발생했다.

만약 누군가 이런 일을 이유로 “불법과 탈법이 판치고 토막 살인이라는 패륜적 행위가 자행되는 노래방을 당장 벤처기업 업종에서 제외하고 폐쇄시켜라”라고 주장한다면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는 일부의 잘못된 행위를 마치 전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왜곡·과장하는 침소봉대(針小棒大)의 전형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선 정부가 나서서 ‘침소봉대’하면서 ‘교각살우’(矯角殺牛)하는 잘못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필자는 앞의 글에서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와 ICO(암호화폐공개) 기업 등을 벤처기업 제외 업종에 포함 시키려 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숲 보고 나무 봐야 답이 보인다…블록체인은 분석이 ‘절반’ ▶바로가기)

이에 대해 중기벤처부에서는 조용하고도 빠르게 보도해명자료를 내놨다. 내용은 “암호화폐 거래와 ICO를 규제하려는 의도가 없고, 투기과열 현상 등 사회적 문제 때문에 벤처기업으로 지정해 정책적으로 장려하려는 대상은 아니다”라며 “블록체인 기술이나 관련 기업에 대해선 정부 차원에서 육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의 말처럼 ICO를 통해 코인을 발행할 수는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원활하게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걸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생태계 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로 코인을 활용한다. 코인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정한 수익배분을 통해 건전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하는 수단과 방법이다. 그런데 거래를 못하는 코인과 그와 관련된 비즈니스가 온전히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굴러가지 않는 자동차, 쓸 수 없는 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블록체인이라는 ‘엔진’에 코인이라는 ‘연료’를 넣고 힘차게 굴러가는 구조인 것을 정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아니면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하다. 미래를 위해 환경오염이 적은 자동차를 만들라고 하면서 연료는 아예 넣지 말라고 한다면 개발이 가능할까? 엔진을 위한 연구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또 엔진을 기반으로 한 어떤 다른 장치도 만들지 못한다. 정부의 블록체인 정책은 ‘연료 없이 가는 자동차’를 만들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정부가 아직 블록체인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앞선 글에서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계획과 분석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물론 전체 프로세스 중에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분석이 나온 후에야 제대로 된 설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분석’은 중요하다. 분석이 제대로 되고, 설계가 제대로 되야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 처음의 작은 오차도 나중에는 수습하기 어려운 결과가 된다.

ICO와 암호화폐 거래소에 불확실한 요소가 많고 투기과열 현상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육성하면 안 되는 산업’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침소봉대’하면서 ‘교각살우’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오히려 건전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어떻게 하면 상생을 최대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것이 맞다.

암호화폐 거래 자체가 불법이 아니라면, 핀테크 시대를 먼저 선도하도록 적절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동시에 철저한 자격 검증을 통해 건전한 생태계가 꾸려질 수 있도록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 정부의 올바른 역할이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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