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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에디터스레터]청년 세대의 자산은 부동산일까

9월 1주차

  • 김흥록 기자
  • 2018-09-07 18:38:00
[디센터 에디터스레터]청년 세대의 자산은 부동산일까

수 개월 전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왜 계속 가난한가’를 주제로 한 교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교수가 분석한 여러 원인 중 핵심 요인은 “그들은 대부분 금융에서 소외돼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개발 도상국의 시골에 사는 청년이 있다고 합시다. 그 청년이 마을 장터에서 장사를 하면 소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짐을 실어 나르거나 좌판으로 쓸 수레와 판매할 초기 물품을 살 자본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이들이 사는 나라에서 금융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수레 하나와 소량의 초기 물품을 구매할 비용을 구하지 못해 이들은 빈곤의 굴레에 시달립니다.

이들이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 듯합니다. 우선 저개발 국가에서는 금융 시스템 자체가 부족합니다. 지방 곳곳까지 은행창구가 스며들지 못했습니다. ADA를 개발하는 IOHK의 찰스 호스킨슨 등에 따르면 세계 인구 60억명 가운데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인구는 30억명에 이릅니다. 또다른 이유로는 은행이 있더라도 이 청년이 담보로 잡힐 기초 자산이 없을 경우입니다. 이때는 신용 대출이라도 해야하는데, 은행 인프라가 제대로 없다면 신용 평가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겠지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한 때 마이크로 크레딧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아직 마이크로 크레딧은 주류 대안 금융으로 확장하지는 못하는 모습입니다.

블록체인 업계의 도전자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는 곳도 여러 곳이 눈에 띄는데,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입니다. 코인베이스는 올초 공식블로그에서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이른바 개방된 금융 시스템(Open Financial System)을 추구한다”며 “은행 계좌를 받을 수 없는 이들과 개발도상국 거주자에게 손쉬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세울 것”이라고 사업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저개발 국가에도 스마트폰의 보급률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암호화폐를 이용할 경우 국제 송금, 글로벌 P2P 펀딩 등을 통한 자금 확보가 가능해집니다.

자산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블록체인의 철학에서 그 가능성을 엿보는 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자산의 개념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통찰입니다. 블록체인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토크나이제이션’입니다. 부동산이나 계약서 등 금전 자산은 물론 그동안 금전 가치로 직접 연결되지 않던 사회적 평판이나 네트워크, 유명세 등도 블록체인에서는 토큰으로 만들어 발행할 수 있습니다. 만약 나의 유명세가 지니는 사회적 효용이 금전 가치로 인정돼 토큰의 가격이 형성된다면 그 이후에는 이를 기반으로 금융활동이 가능해집니다.

한국블록체인법학회 회장인 이정엽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이를 두고 “자본화 할 수 있는 자산이 여러 이유로 제약돼있는 지금의 자본주의를 넘어선, 다음 단계의 자본주의의 가능성을 블록체인은 품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대가 이용할 수 있는 자산은 지금 기성세대의 자산과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저개발국이 아닌 국내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지난해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4.7%이던 25~29세의 빈곤율은 2015년 7.4%로 늘었습니다. 게다가 2005년 청년층이었던 세대 빈곤율은 2015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청년 빈곤의 고착화입니다. 이들이 지금 이어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과실을 누릴 수 있을까요. 아니, 부동산을 취득할 수는 있을까요. 실업율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익으로 고소득 층으로 올라가는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지난해와 올 초 암호화폐 가격이 폭등하던 시기, 300만명에 이르렀던 암호화폐 투자자 중 80%는 2030 청년이었습니다. ‘암호화폐에 미래를 거느냐’는 꾸짖음도 타당합니다. 다만 투기를 하라는 차원이 아니라, 이들은 왜 암호화폐에 열광했는지를 진지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암호화폐는 돌덩이’라며 시장을 억누를 때 이들이 느꼈을 그 박탈감도 한번 돌아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암호화폐의 가격으로 자산 가치를 키우는 방법은 논외로 하더라도 적지 않은 이들이 블록체인은 새로운 형태의 자산을 형성하고 또다른 금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난한 이들이 가난하게 남아있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는 가능성을 블록체인 기술에서 보고 있습니다.

7일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처음으로 40%대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경제민생문제를 짚은 응답이 41%로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국민들의 소득을 늘리겠다는 철학, 혁신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정부의 방향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방법론입니다. 새로운 세대가 도전할 수 있도록 기존과는 다른 분야에서 다른 접근이 필요할 때입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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