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decenter

공유하기

닫기

[디센터 소품블 30] 블록체인과 마중물

  •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 2018-11-23 10:23:34
[디센터 소품블 30] 블록체인과 마중물

[디센터 소품블 30] 블록체인과 마중물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마중물’

수도꼭지만 보아왔던 독자들이라면 접해 보지 못했을 수 있다. ‘마중물’은 ‘펌프를 작동할 때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해 붓는 물이다’. 계속 쓰고 있는 펌프는 마중물이 필요 없지만, 사용한 지 조금 지나서 말라버린 펌프는 반드시 마중물 한 바가지를 부어 주어야 물을 퍼 올릴 수 있다.

마중물은 펌프로 물을 길어 올릴 때 사용하는 중요한 시작점이다. 사업에서도 이러한 마중물이 필요하다. 바로 초기에 투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한다. 마중물 개념은 사업이든 연구든 다양한 곳에서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필요한 성격이다.

사실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는 마중물과 같이 시작을 도와주는 자금이 매우 큰 힘이 된다. 일반 사업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상태에서 더 큰 미래가치를 평가받는 투자 유치를 한다. 보통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라는 과정을 통해 진행한다. IPO는 기업 설립 후 처음으로 외부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하고, 이를 매도하는 업무를 의미한다. 주식은 엄격한 과정을 통해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제도적 절차와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ICO(Initial Coin Offering, 코인공개)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실적 없이 철저히 미래 가치만으로 투자를 받는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까운 행보가 현실세계에 난무를 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들어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STO(Security Token offering) 등 다양한 자금 조달 기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IEO(Initial Exchange Offering)는 거래소에서 블록체인 비즈니스에서 발행한 코인(토큰)을 받아서 거래소 회원에게 판매를 하는 방식이다. 거래소라는 미들맨을 통해 좀 더 안정적인 투자로 연결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STO(Security Token offering)는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하는 코인(토큰) 발행사의 자산에 대한 소유권의 공유 방식이다. 실세계의 주식 발행과 거의 같은 개념으로 배당금을 받거나 지분만큼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새로운 블록체인 비즈니스에서 기존의 방식인 IPO에 대응하는 새로운 투자 방식인 ICO를 만들었지만, 현실세계의 미흡한 규정과 기존 제도의 절충을 위한 변형들이 제시되면서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기회와 더불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학회에서 지난주 학술대회와 워크숍을 진행했다. 우정사업본부 강성주 본부장의 ‘우정사업과 블록체인’, IITP 김종현 블록체인 PM의 ‘블록체인 연구 방향’에 대한 키노트 발표와 더불어서 ‘블록체인 분석평가기준 가이드 2.0’을 발표했다. 지난 6월에 발표한 버전 1에서 기술평가에 대한 영역을 추가하고, 토큰구조평가(기존엔 가치평가), BM 평가, 조직평가의 분야도 항목의 보정과 평가를 위한 세부 기준을 추가하였다.

학회에서 평가기준 가이드를 제정한 것은 학문적으로 코인(토큰)에 대한 연구와 정의가 부족한 상태 현실세계에서는 금융상품으로 인식되는 간격을 좁히고자 준비를 했다.

기관투자자들은 투자의 전문가들이기에 정보도 많으며, 판단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 그러나 일명 ‘개미’라고 불리는 소액 투자자는 정보 수집에 있어 약자이기에 투자에 따른 피해자의 수치를 낮춰야 한다는 목적에서 평가를 위한 기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진행했다.

최근 들어 이러한 투자자의 판단에 도움을 주고자 다양한 가이드가 제공되고 있다. IEO를 위한 가이드가 제시되었고, 일부 협회에서는 국회의원들과 협업하며 가이드 제정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아직도 학문적으로 이론이 완료되지 않았고, 계속 진화하는 블록체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도기적인 시점에서 오는 현상이다.

일부 블록체인 비즈니스는 생태계가 안정화될 때까지 외부 자금을 일절 받지 않고, IPO로 직접 가겠다는 곳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런 경우는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에는 좋을 수 있으나,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기회의 확대 측면에서는 젊은 창업자에게는 다른 의미에서의 장벽으로 존재하게 된다.

블록체인이 현실과 접목되기 위해 중개자(미들맨)가 늘어나는 것이 좋은 현상인지, 자금조달과 투자를 위한 규제가 기존 제도와 동일하게 맞춰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는 아직은 정답이 없는 분야인 것 같다.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마중물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펌프에서 길어낸 물과 한몸이고, 길어낸 물은 다시금 마중물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중물이 흙탕물이라면 길어낸 물을 마실 수 있을까? 스스로 자문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