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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 32]일등주의와 블록체인

  •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 2018-12-06 12:29:52
[디센터 소품블 32]일등주의와 블록체인

[디센터 소품블 32]일등주의와 블록체인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린드버그 이후에 세계 두 번째로 대서양을 횡단한 사람을 알고 계십니까? 그레이엄 벨 다음에 세계 두 번째로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을 알고 계십니까? 닐 암스트롱에 이어서 인류 두 번째로 달나라에 갔던 사람을 알고 계십니까? 역사는 1등만을 기억합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습니다”

1990년대 초 삼성이 기업 광고에 사용했던 카피의 컨셉이다. 세계 일류를 표방하며 내건 슬로건이기도 했다. 오늘날의 삼성이 있게 만든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하다.

답을 확인해보자. 먼저 버트 힝클리가 두 번째 대서양을 횡단했다. 그것도 훨씬 빠르고, 기름도 적게 사용했다고 한다.

두 번째 질문의 답은 더 뛰어난 기술력으로 먼저 전화기를 개발했지만, 특허 신청을 늦게 해서 인정 받지 못한 일라이셔 그레이다. 특허 신청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일화이기도 하다. 물론 실제 최초의 전화기는 이탈리아의 발명가 안토니오 무치에 의해서 발명된 것으로 최근에 정정됐다.

세 번째 답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 등장하는 우주비행사 장난감 버즈의 실제 모델인 버즈 올드린이다. 잠적하다시피 대중을 피해 다녔던 닐 암스트롱과 달리 버즈 올드린은 우주 개발과 과학 연구 분야에 왕성한 활동과 업적을 남기고 있다.

블록체인의 작업증명(PoW·Proof of Work)에서는 블록을 생성할 권리와 보상을 1등을 한 채굴자(마이너)에게만 준다. 보상의 기본 컨셉이 승자독식 주의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최초 논쟁이 있다. 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가 사단법인 인가를 받으면서 1호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촉발됐다. 여기에 반기를 들고 한국핀테크연합회가 2017년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반박했고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여기까지가 산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던 블록체인 단체 1호의 논쟁이다.

사실 사단법인으로 1호는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한국블록체인학회로 알고 있다. 블록체인이란 단어가 들어간 단체로는 처음이다. 물론 협회와 달리 아카데믹을 추구하는 단체의 성격이기에 다른 단체와 동일 선상으로 1호 논쟁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학술단체로 1호, 협회로 1호, 산업계로 1호의 의미 정도가 타당해 보인다.

1호로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인지가 더 의미 있으리라 생각된다. 맏형이 꼭 제일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 IT 기업들을 살펴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이 세계 최초의 검색 엔진인가? 아마존이 인류 최초의 전자상거래 업체인가? 아니면 페이스북이 최초의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독자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다. 반드시 1등으로 시작한 기업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기업은 아니다. 처음 시작과 최고의 자리는 상관관계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다. 먼저 시작하는 선발주자의 유리함을 무시하지는 못하지만 후발주자가 비즈니스를 더 크게 키우는 경우도 많다.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는 것과 후발 주자로 준비하면서 치고 나가는 것 중에 어떤 방식이 정답이 될지는 오직 신만이 알고 있는 것 아닐까? 그렇지만 1등으로 시작한 비즈니스는 자부심을 느끼고, 후발주자는 경쟁의식을 갖고 산업 발전을 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선의의 경쟁 모습을 보여주면서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면 지켜보는 관객들은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낄 것 같다.

성경에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새벽부터 포도밭에서 하루를 마칠 때까지 일한 일꾼이나 저녁에 잠시 와서 일한 일꾼이나 똑같은 금액을 품삯으로 보상한 내용에 대한 설명이다. 단순히 종교적인 가르침을 넘어서 블록체인을 비롯한 비즈니스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꼭 1등으로 먼저 시작하지 않아도 블록체인 생태계를 건전하게 조성하고,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후발주자라고 좌절하거나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본질을 벗어나서 지나치게 처음으로 시작한 것을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먼저 시작한 선구자가 아닌데 개척자인 것처럼 강조한다면 진위를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 최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홍보만 중점적으로 하면서 1등이라고 강조한다면, 다른 의도를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1등으로 시작한 것도 중요하지만, 1등으로 시작한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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