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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경찰 SEC]②'투자자 보호' 초점...공정시장·자본형성 기여 전단계

'연방증권법 준수' 강조…"투자자 정보 제공 위해"
'규제 통한 시장발전'의 역설..."혁신 기술 적극 다룰 것"
암호화폐 공정시장 유지·자본형성 단계로 이행 가능성

  • 박현영 기자
  • 2019-01-03 13:32:48
[크립토경찰 SEC]②'투자자 보호' 초점...공정시장·자본형성 기여 전단계
출처=셔터스톡

4차 산업혁명의 씨앗 블록체인, 그 기술을 등에 업고 디지털 자산으로 나아가는 암호화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보는 시선은 대부분 ‘미래 가능성’에 맞춰져 있다. 전 세계 투자자, 기업, 정부 기관이 비슷하다. 그런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SEC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과 이들이 발행하는 암호화폐를 단 하나의 잣대,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본다.

SEC의 공식 임무는 ▲투자자 보호 ▲공정하고 질서 있는 자본시장 유지 ▲자본 형성 촉진이다. 이 세 가지는 SEC 활동의 절대적 기준이며 특정 임무에만 치우쳐서도 안 된다. 다만 법적 지위가 확립되지 않은 암호화폐의 경우 질서 유지나 자본 형성보다 투자자 보호가 우선시되는 모양새다.

◇“신기술? SEC 소관 아냐…연방증권법은 반드시 지켜야”= SEC는 지난해 11월 ‘디지털 자산 증권 발행 및 거래에 관한 성명’을 내고 “위원회는 증권이 격식을 갖춘 형태인지 혹은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을 활용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시장 참가자들이 연방증권법 체계를 준수할 것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SEC는 프로젝트의 기술력이 아닌, 증권법 준수 여부만을 판단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증권법 적용의 목표는 투자자 보호다. SEC는 지난해 8월 홈페이지에 ‘ICO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를 서술하면서 “ICO는 증권 발행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면제를 받지 않는 한 SEC에 등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SEC는 늘 투자자를 보호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와 ICO 프로젝트 간 정보 비대칭성은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특징이다. 우리나라처럼 ICO를 금지했거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국가의 경우, ICO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프로젝트가 내놓은 백서만을 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공시 기준이 있는 전통 증권시장에 비해 비대칭이 심각하다. 하지만 SEC의 요구대로 연방증권법을 따른 등록 절차를 거치면 기업 경영사항, 재무제표, 사업목적 등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증권법 조항 중 ‘Reg D’에 따라 SEC 등록을 면제 받는 경우에도 투자자들을 위해 기업 정보를 공개하게 돼 있다.

등록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정보 공개를 피할 경우, SEC의 규제 망에 걸려들게 된다. 지난해 2월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SEC는 암호화폐 관련 업체와 전문가에게 소환장 및 정보공개요구서를 발송했다. 이후 SEC는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투자자들이 수익을 거두는 증권 성격의 ICO 프로젝트를 위주로 연방증권법을 집행했다. 에어폭스와 파라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프로젝트는 연방 증권법에 따른 등록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투자자들에게 금액을 돌려주게 됐다.

[크립토경찰 SEC]②'투자자 보호' 초점...공정시장·자본형성 기여 전단계
2018년 SEC의 암호화폐 관련 발언./출처=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

◇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 투자자 보호로 중무장=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 SEC 위원장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ICO 프로젝트를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표명해왔다. 암호화폐 가격이 한창 상승세를 타던 지난해 1월, 그는 “암호화폐로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범법자들이 있으며 피해자들은 이들에게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며 강력한 경고문을 날렸다.

클레이튼의 암호화폐 관련 발언은 ‘ICO 프로젝트의 연방증권법 준수’로 귀결된다. 월가 변호사 출신인 그의 배경도 이에 힘을 더했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입장이 대표적이다. 클레이튼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ICO 시장이 증권 및 채권시장 대비 투자자 보호가 취약하다는 점을 들며 “ICO는 기업가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증권거래법을 준수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클레이튼은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고 봤다. SEC는 지난해 5월 사기 ICO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 ‘하위코인(Howeycoin)’을 개설했다. 투자자들에게 가짜 ICO 사이트의 전형적인 유형을 안내하기 위함이다. 클레이튼은 작년 12월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SEC는 예측 불가능한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려왔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보호’ 넘어…공정시장·자본형성 임무로= 이처럼 SEC는 현재 투자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향후 SEC가 암호화폐 공정 시장 유지, 나아가 자본 형성에 기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클레이튼이 경고와 함께 전한 메시지 때문이다. 클레이튼은 ‘암호화폐와 ICO에 대한 성명’에서 “암호화폐 시장은 ‘시장이 공정하고, 가격 조작 가능성이 없는가’, ‘내가 원할 때 판매를 할 수 있는가’ 등 새롭고도 오래된 질문을 내놓았다”며 암호화폐 시장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계속될 것을 시사했다.

또 클레이튼은 지난해 6월 발레리 슈체파닉(Valerie Szczepanik)을 암호화폐 정책 담당자로 임명할 당시 “슈체파닉은 블록체인 기술, 암호화폐의 성격을 잘 인지하고 있다”며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다룸으로써 자본 형성을 촉진하고, 공정 시장을 유지하며, 투자자를 보호하는 우리의 임무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발전시킬 것이라는 역설적인 의견도 이에 힘을 더한다. ICO 프로젝트들이 SEC 가이드라인만 잘 지킨다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유명 로펌 그룹인 WSGR은 “암호화폐 발행 프로젝트들이 SEC의 규제를 지키려 하다 보면, 장기적으로는 SEC와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며 “SEC, 나아가 의회와 협력해 암호화폐 거래 시장을 설계하고 규제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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