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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 37]블록체인의 합종연횡

  •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 2019-01-11 15:34:40
[디센터 소품블 37]블록체인의 합종연횡

[디센터 소품블 37]블록체인의 합종연횡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불교에서 ‘인연경’의 표현에 의하면, 현생에서 옷깃이 스치기 위해서는 오백 겁의 인연(因緣)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일천 겁의 인연이 있어야 같은 곳에서 태어나고, 오천 겁의 인연이 있어야 같은 동네에서 살 수 있다고 한다. 부부가 되려면 팔천 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니 쉽지 않은 일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기준이 되는 1겁(劫)의 단위를 살펴보자. 실제 ‘겁’은 독자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단위이다. 사방이 15Km 정도 되는 큰 돌덩이를 얇은 천으로 100년에 한 번씩 문질러서 닳아 없어질 정도의 기간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세상이 한번 만들어졌다가 사라진 후 다시 만들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라고 한다.

계산기를 아무리 두들겨 봐도, 실제로는 계산이 불가능한 시간이다. 블록체인에 관심을 두고 이렇게 칼럼을 통해서 만나는 것도 따져보면, 전생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관계를 통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니, 정말 큰 인연이다.

각종 세력이 이해관계에 따라 헤어졌다가 만나고 모였다가 흩어지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 외교술인 합종연횡(合縱連橫)이 새해 들어서 블록체인 업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른바 블록체인 업계는 뜬금없는 짝짓기 시절이 되었다.

지난 연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산하 기관(KISA, NIPA, IITP)을 통해 블록체인 사업을 일제히 공고를 내고,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다. 93억여원의 예산으로 13개의 과제를 공모했다.

사회문제 해결형 R&D, 혁신도약형 R&D, 기술개발(일반) 분야로 나누어 2~3년에 4억~15억에 이르는 지정과제와 자유과제로 구별해서 실제 사용할 수 있고, 검증 가능한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있다.

물론 희망한다고 모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참여사업의 개수에 제한이 있다. 그렇다 보니, 기존 레거시 기반의 업무를 잘 알고 있는 개발 업체와 블록체인을 잘 알고 있는 전문업체가 서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전략적 제휴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은 블록체인이 특수한 영역이다 보니, 수년간 블록체인 코어와 응용 개발에 전념했던 전문업체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기존 업무를 담당했던 업체의 입김도 크게 작용을 하고 있다. 기존 업무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접목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나오는 사업은 기존 업무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블록체인 사상으로 설계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

일부 사업을 보면, 왜 블록체인이 적용되어야 하는지 다소 의구심이 드는 과제도 있고, 정말 딱 맞는 분야라는 생각이 드는 과제도 있다. 그러나 실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 RFP를 작성하는 시점에서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변수들이 많이 도출될 것이다. 많은 프로젝트는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블록체인이 적용되기 어려운 업무 영역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올해의 사업으로만 결론을 성급하게 내지는 말았으면 한다. 에디슨은 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 성분의 실’을 만들기 위해 백금에서 자신의 머리카락까지, 1000번이 넘는 실험을 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업무 담당자, 수행자, 개발업체가 서로 이해하며 효율성을 입증하는 성공적 결과를 위해 많은 날을 불면의 시간으로 보내야 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미래의 먹거리라 생각하고 있는 블록체인 분야도 SI(System Integration, 시스템 통합 사업)의 연장 선상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현재 SI는 전형적인 인건비 기반의 프로젝트이다. 물론 기술력에 대한 우위를 통해 사업자가 선정되기도 하지만, 가격에 의한 협상도 같이 진행되는 분야다. 이전에 비해 가격을 낮춰서 수주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 틀을 아직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연구개발에 몸 담은 입장에서, 기술력에 대한 가치를 금전적인 보상을 받기 어려운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기술력을 지닌 전문업체들의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한 솔루션이 채택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생태계가 못 되는 것이 아쉬운 현실이다. 물론 블록체인 분야만의 문제점이 아니라, 국내 ICT(정보 통신 기술,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프로젝트에 공통적인 문제점이지만, 더 이상 인건비 베이스의 사업으로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블록체이너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국가사업의 막중함을 가슴에 새기고, 블록체인이 실증적으로 활용 가능함을 백서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 증명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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