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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비트코인이 촉발한 디지털 화폐 전쟁

  •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
  • 2019-07-22 07:55:53
[특별기고]비트코인이 촉발한 디지털 화폐 전쟁

글로벌 금융 엘리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IMF (국제통화기금) 는 최근 “디지털 화폐의 부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화폐가 현지 은행 예금 및 현금의 지위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얼마 전 BIS (국제결제은행) 은행장도 예상보다 빨리 CBDC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가 발행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수개월 전 CBDC에 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본인의 말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미국 연준 의장은 비트코인을 투기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라고 말하며 금에 빗대어 표현했다. G20은 공동성명을 통해 “암호자산이 금융 안정성에 무해하며 오히려 이러한 기술혁신은 금융 시스템 및 경제 전반에 상당한 혜택을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꾸준히 미국 재무부 장관을 배출하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최근 디지털 자산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섰다. 미국 금융 서비스 위원회 부위원장은 “비트코인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하며 기술 혁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무조건 이를 금지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 모든 일은 불과 1~2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한때 비트코인을 악의 근원이라고 비난하던 글로벌 금융 엘리트들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을까? 지난 10년간 비트코인이 죽지 않고 끈질기게 생존한 것을 지켜본 글로벌 금융 엘리트들은 이렇게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으로부터 비롯된 암호화폐 열풍을 막을 수 없다면 다른 누구보다 빨리 앞장서서 다가올 디지털 화폐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자.” 실제로 주요국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때로는 공공연하게, 때로는 은밀하게 말이다. 디지털 화폐 전쟁을 준비하는 주요국들의 행보를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미국: 페이스북 리브라를 비롯한 자국 디지털 플랫폼 활용

페이스북 리브라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달러 패권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리브라는 오히려 달러 패권을 강화한다. 리브라 리저브에 포함된 통화 바스켓은 달러, 유로, 엔, 파운드로 구성 되어 있고(위안화가 빠져있다!) 달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리브라의 성공은 곧 달러가 디지털 화폐 생태계 내에서도 리브라의 껍데기를 빌려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뜻한다. 즉, 페이스북과 연준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백서 발표 전 이미 연준과 만났는데, 아마도 이러한 내용이 사전에 공유되어 두 집단 사이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페이스북 리브라가 출시되게 된다면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들도 달러가 중심이 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자국의 기업들을 앞세워 디지털 화폐 전쟁에서 승기를 잡으려 할 것이다.

#2 중국: 리브라의 위안화 패싱, 비트위안의 출현 가능성

중국 입장에서는 리브라가 ‘위안화 패싱’을 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중국은 CBDC (가칭, 비트위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브라가 미국 민간 기업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인 반면, 비트위안은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하기 때문에 별다른 저항 없이 빠르게 보급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프라이버시 침해 등과 같은 부작용 따위는 가뿐히 무시하며 자국의 인터넷 기업 BAT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을 활용해 비트위안 사용을 강제할 힘이 있다. 위안화는 달러의 아성을 넘지 못했지만 비트위안은 어쩌면 디지털 화폐 경쟁에서 빠르게 앞서나가 주도권을 쥐게 될지도 모른다.

#3 일본: 암호화폐 SWIFT 구축하는 중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본은 은밀하게 암호화폐 SWIFT (국제결제시스템) 를 구축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일본이 암호화폐를 비롯한 각종 디지털 화폐의 허브가 되어 엔화의 위상을 높일 속셈이라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실제로 일본은 일찍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제도화했고 내년부터는 암호자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비트코인을 제도권으로 포섭할 예정이다.

#4 유럽: 암호화폐 우호적인 라가르드 IMF 총재, 다음 ECB 총재 내정

IMF 총재 라가르드는 암호화폐에 호의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시민들은 언젠가 가상화폐를 선호할 수도 있다.” 라고 전망했고 각국 중앙은행들은 진지하게 CBDC 발행을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런 인물이 다음 ECB 총재로 내정됐으니 유럽이 암호화폐 제도화 및 CBDC발행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화폐 전쟁은 디지털 세계로 확장되는 중이다. 각국은 디지털 화폐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앙화 금융 권력의 대안화폐로 출현한 비트코인이 오히려 제국들의 디지털 화폐 전쟁에 불씨를 당긴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 점과 관련, 나는 <비트코인 제국주의>에서 혁신적인 기술은 상업화와 규제의 단계를 거쳐 제국주의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도 예외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앞으로 비트코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해 열린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내 생각에 디지털 화폐 전쟁이 격화될수록 비트코인의 중립성은 빛날 가능성이 높다. 그 어떤 정부도 분산적 신뢰에 기반한 돈인 비트코인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치 금처럼 말이다. 금본위제 당시 법정화폐와 금의 관계를 떠올려 보자.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이 각종 디지털 화폐의 기축통화가 되는 비트코인 본위제 역시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이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것에 공감하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다. 하나는 거래소에서 매매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채굴이다. 비트코인 반감기를 앞둔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채굴기는 품귀 현상을 빚는다. 실제로 2020년 5월 비트코인 반감기가 예정되어 있는데 비트메인이 이번 년에 내놓은 앤트마이너 S17은 품절 상태이다./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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